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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와 요리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극단적 선택 – 서버 없는 레스토랑

셰프뉴스|2016-02-29 오후 12:27|821|0


‘인간경영’이란 논쟁적인 얘기다. 가벼운 이야기가 숙고를 만들 때가 있다. 이야기는 혁신적인 식당 경영법을 실천했거나, 또는 반대로 그 자체를 포기했다고 생각되는 한 레스토랑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엔시노에 문을 연 스크래치 바앤키친Scratch Bar&Kitchen의 사장이자 셰프 필립 리Philip Frankland Lee는 홀 직원, 일명 서버front-of-house server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대신 필립은 요리사 수를 두 배로 늘리고 요리사들이 직접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게 했다. 그는 이러한 결단으로 요리사들의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방과 홀의 뿌리깊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필립은 홀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요리사들의 임금 인상을 들었다. 그는 “10년 전 접시닦이 시절부터 봐 온 홀과 주방의 임금 분배는 늘 불평등했다”면서 “요리사들은 음식뿐만 아니라 항시 손님 응대와 서빙을 관리하고 신경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팁은 서버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필립은 ‘스크래치 바앤키친’을 열기 전에 운영했던 자신의 또다른 식당 ‘더 가다라 스와인The Gadarene Swine’에서 팁의 40%를 주방에 분배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새 식당을 오픈한 이후에는 홀 직원을 완전히 없애고 팁을 받지 않는 대신 음식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요리사들의 최저 임금을 증가시켰다. 필립은 “인건비 지출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수익은 10배 이상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필립의 이러한 주장과 경영방침에는 실제로 업계의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 전역에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었다.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식당들의 팁 없애기 운동(일명 노팁No Tip 운동)이 이어졌고 팁 대신 음식 가격을 올리는 레스토랑이 늘어났다. ‘스크래치 바앤키친’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미국 전역에 가장 활발히 확정되기 시작했던 11월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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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f Phillip Frankland Lee and his wife and pastry chef Margarit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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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없애기 운동에 참여한 레스토랑 주인들은 필립처럼 홀 종업원이 팁 때문에 주방 요리사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아가 불평등한 구조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종업원들은 “감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인용해 실제 업계에서 배당 받는 임금이 요리사의 임금의 사분의 일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홀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로 필립은 전 직원이 한 팀이 되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필립은 “요리사 한 사람이 일정 시간은 주방에서 일하고 또다른 일정시간에는 홀에서 서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리사들이 한 팀이 되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함께 하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사들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응대하고, 식당을 치우는 일련의 과정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식당 사업의 모든 측면을 이해하고 단품 요리가 아닌 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음식 문화를 만들고 음식에 대한 요리사의 열정을 손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립의 기획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요리사와 손님 사이의 소통을 위해 ‘스크래치 바앤키친’은 완성된 코스 메뉴를 선보이기 보다 알 라 카르트(a la carte, 고객의 특별한 주문에 의하여 조리사의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 품목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는 요리로 일품요리 혹은 선택요리)를 기본 메뉴로 했다. 셰프가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과 셰프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식당의 분위기는 주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필립은 이러한 분위기가 “셰프에게 더 좋은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더 나은 식사 경험으로 선순환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필립의 이야기는 홀과 주방의 갈등을 미리 전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홀 직원이 없으면 한 팀이 될 수 있다”는 “홀 직원과 주방 요리사가 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요리사가 손님 응대를 이해하고 손님과 소통하는 일은 음식 문화를 만드는데 당연하지만 홀 직원이 음식 문화를 만드는데 무조건 문제가 되는 존재는 아니다.

홀과 주방을 뭉치고 흩어지게 하는 것은 셰프의 능력이다. 홀과 주방의 경계를 잡는 것, 무게중심을 두는 것 모두 셰프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권한과 권력에는 마땅한 책임이 따른다. 요리사들의 임금을 올리고 홀과 주방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홀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것이 ‘인간경영’의 해답인지 한참 생각하지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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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여럿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셰프에게 권력이 잘 주어지지 않는 한국의 요식업계에서는 더욱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셰프Chef’는 ‘요리사Cook’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신은 인간이 비록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100명 중 99명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적었다. 인간은 논리보다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정하고 물러서기 보다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하며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따라서 타인 비판은 쓸데없고 위험한 일이다. 결국 문제는 남을 고쳐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처리’함으로써 사라지는 것이라 카네기는 강조한다.

‘인간경영’이라는 이 섬뜩한 말에 제 1의 원칙은 문제의 화살이 남이 아니라 본인을 향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전적으로 주방에 있는 것도, 홀에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단지 요리사가 보는 홀에, 홀 직원이 보는 주방에 존재할 뿐이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이 역설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셰프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 중 하나라는 데서 숙고는 멈춰있다.

· 셰프뉴스에서 보기 : http://chefnews.kr/archives/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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