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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아니어도 괜찮아!” – 외식 업계 다방면의 전문가 4명의 이야기

셰프뉴스|2015-12-24 오후 12:21|825|0


지난 2일 주식회사 샘표에서 조리과 학생 및 젊은 요리사 140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장 프로젝트 특강’의 세 번째 시리즈인 이번 특강은 방송, 잡지, 레스토랑, 맛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초대했다. 4명의 전문가는 자신의 성장배경부터 직업적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노력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편샘표는 지난 2010년부터 해외에 한국의 장을 알리는 ‘장 프로젝트JANG PROGECT’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 식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자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 프로젝트 특강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지난4월에는 분자요리의 대가이자 미슐랭 2스타인 벨기에 셰프 상훈 드장브르지난 7월에는 ‘앤드 다이닝’ 장진모 셰프가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 요리, 디자인이 되다 – 라망, 장은실 편집장

첫 강의는 라망 la Main의 장은실 편집장이 맡았다. 그녀는 매거진을 발간하게 된 계기와 노력한 과정 그리고 요리 콘텐츠 제작자가 갖춰야 할 자질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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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음식이라는 콘텐츠에서 시각 디자인과 스토리를 추구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음식을 시각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25살에 떠난 유럽여행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책을 발견했다. 몽 꼬르스 드 퀴진Mon cours de cuisine이라는 책은 요리를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처음으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키우게 했다.“

“요리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거나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면 즉각 콘텐츠 회사에 지원해볼 것을 추천한다. 분명 조리과에게는 이점이 있다. 라망 편집팁의 에디터 모두 조리과에서 공부했다.”

“앞으로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레스토랑 콘셉트를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활용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요리를 디자인하는 일에는 굉장히 다양한 길이 있다. 매거진을 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 북도 제작할 수 있고, 이벤트도 기획할 수 있다. 현재 내가 이런 일을 다 하고 있다. 다양하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요리를 시각적으로 보려고 했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 전공자들이 주방에서 자신의 요리를 펼쳐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펼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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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리 학교에 다니면서 푸드아트 디렉터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인터넷에서 본 사진으로 본인만의 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인턴이 자기만의 잡지를 만들어 왔다. 멋지지는 않았지만, 자세를 좋게 봤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보려고 했다는 것. 이런 식으로 만든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기획사나 출판사에 제출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Q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 예를 들어 금전이나 시간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A 나는 출산 2달 만에 라망을 창간했다. 현실적으로 고민을 많있다. 무모한 행동은 아닐까? 아이를 놔두고 매거진을 만드는 게 맞는 일일까?  당시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미식 앱을 만들 때도 출판사 본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이나 퇴근 후의 시간을 이용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현실적인 문제는 크게 고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오너 셰프를 꿈꾸는 젊은 요리사에게 조언 부탁한다.
A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국의 오너셰프를 만나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한 명의 셰프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각종 설비 수리부터, 직원 채용, 세무, 경영 마케팅 분야까지 할 일이 너무 많다. 단순히 요리하기 위해서 오너셰프를 꿈꾼다면 반대한다. 오너 셰프는 경영자다.

Q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A 왜 내 능력은 이것뿐인가? 왜 남들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못 만드는가? 이런 생각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일에 욕심이 있다는 뜻이다. 나도 지난 콘텐츠를 봤을 때 부끄러워지고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이런 슬럼프가 올 때마다 잘하는 사람의 사진이나 결과물을 아무런 생각 없이 계속 본다. 결국, 슬럼프에 빠졌다고 가만히 있으면 극복할 수 없다.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즐기는 것도 한가지 추천하는 방법이다.

Q 편집장에게 필요한 자질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사람들과의 관계다. 수많은 클라이언트나 담당자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이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 진솔한 마음은 결국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신뢰 관계를 유지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셰프, 지난 15년의 기록 – 해비치 호텔 푸드 랩, 박무현 셰프

이어서 박무현 셰프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는 ‘셰프, 지난 15년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자신의 요리 경력과 에피소드를 발표했다. 그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스토랑 ‘테스트 키친Test Kitchen’에서 수셰프sous chef를 거쳐 현재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푸드 랩LAB 헤드 셰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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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어떤 점에 더 집중해야 할지 묻는 학생이 많다. 간단히 말해서 스킬이 뛰어난 친구는 오래 못 간다. 요리 지식(이론)이 많은 요리사가 오래간다. 요리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야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이론 수업을 무시하면 안 된다.”

“외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피킹 공부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 친구들과의 연락을 다 끊었었다. 별 방법을 다 썼었지만,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해외 첫 직장인 미국 호텔 주방에서는 근무시간을 넘기며 13시간씩 일했다. 눈에 띄었는지, 셰프가 채용 제안을 했다. 외국인 인턴이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은 굉장히 드문일이다. 비자와 급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영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정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미국 호텔에서는 하루 13시간 일하면서 칭찬을 많이 받았었는데, 영국 레스토랑에서는 모든 직원이 하루 17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요리에 완전히 미친 사람들이었다. 점심시간도 따로 보장받지 못했다. 5분 정도 직원들이 식사하는 시간이 있는데, 난 5분도 아끼겠다며 서서 접시를 입에 댄 채 음식을 긁어먹었다. 2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아예 안 먹고 일하는 요리사가 있는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이후 남아공까지 간 이유는 루크Luke 셰프에게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아공에 대한 환상보다는 셰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와 레스토랑 오픈 준비부터 함께했는데, 오픈 전에 이미 레스토랑의 3개월 치 예약이 찼다. 사람들은 루크 셰프가 새롭게 문을 연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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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라마다 전통의 음식을 다양하게 접했을 텐데 발효를 이용한 나라 중에 잘하는 곳이 있는가?
A 한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게 발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효를 잘 다루는 퀴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어쩌면 발효=한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쉬울 것 같다. 발효가 세계적인 미식의 트렌드를 바꿀 시기는 올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아쉬운 점은 외국 셰프가 발효를 사용할 때 그 태생적 문화에 적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선도 국가의 위치를 뺏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Q 자기만의 색을 찾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음식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스타지를 할 때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A 남아공의 테스트 키친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루크 셰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클래식 레시피와 현대적인 플레이팅을 접목하는 것을 지향한다. 셰프 스스로도 그 완성도를 아직 찾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깊은 맛을 좋아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또는 가벼운 조리 방법을 추구하는 요즘의 스타일과 잘 맞지는 않는다. 그리고 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는지에 따라 맛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스타지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대중적인 문화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악용하는 셰프가 있다는 이야기도 최근에 들었다. 원래는 요리사가 자발적으로 주방에 일하러 오는 것이 스타지이기 때문에 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록 스타지가 자원봉사의 개념일지라도 셰프와 상의해서 기간과 소정의 수고비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스타지에게 수고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들었다.

Q 외국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지나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현실적인 사항은 무엇이 있는가?
A 비자가 중요하다. 나는 여행비자, 취업비자, 워킹홀리데이 비자 등 다양한 비자를 받았었다. 해외 나가는 이유가 유학이 아닌 취업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취업비자를 받기가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 해외 레스토랑 오너가 외국인을 채용하는 과정 중 비자 발급은 필수다. 하지만 그 취업 비자를 발급 받는 기간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오너가 준비해야 할 문서도 많다. 보험도 들어야 하고 정규직 월급도 줘야 한다. 그렇게 할 바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과정을 다 감수하면서 여러분을 뽑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취업비자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추천하는 것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다. 동료 어린 친구 중에는 비자를 기준으로 플랜을 짜는 경우도 있다.

Q 이제 첫 직장에 들어갈 예정인데, 직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고민이다. 고를 때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이 있다면 추천해달라.
A 사람마다 다르다. 급여를 생각한다면 단체급식회사가 좋을 수도 있고, 노동 조건을 생각하면 호텔이, 요리 기술을 쌓고 싶으면 유명 레스토랑이 유리할 수 있다.
젊은 나이에는 다양한 주방을 경험해 볼 것을 권유한다. 내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동료가 이런 말을 했다. “첫 직장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라서 그런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3스타 레스토랑으로 점프하니까 내려가기도 그렇다”고. 제일 좋은 것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당장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레스토랑을 목표로 해서 들어가기보다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헤드셰프는 젊었을 때 다양한 주방에서 일한 요리사다. 그 셰프가 메뉴를 표현했던 방식에 놀랐던 적이 많았다.

 

|요리, 미디어에서 보다 – 하정석 PD

오후에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1~3>, 테이스티 로드, 한식대첩 등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을 제작, 연출한 하정석 PD가 연단에 섰다. 그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서 요리 지식이 중요한 이유와 프로듀서의 역할 등을 설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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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하고 싶은 대로 방송을 다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하기 싫은 프로그램을 피하려고 고안한 방송이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방송 출연을 섭외하기 위해 세계적인 셰프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회사에서도 곧 유명 셰프가 출연할 줄 알고 나를 미국으로 출장을 보냈다. 그래서 한 달 반 정도를 김소희, 코리 리, 상훈 드장브르, 아키라 백 셰프의 주방에 침입할 수 있었다. 촬영을 빙자한 것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었다. 자꾸 물어보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웃음)”

“실제로 주방이 돌아가는 걸 실제로 보는 게 좋았다. 미장 쁘라스 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있었던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왜 싸우는지, 언제 즐거워하는지 알게 됐다. 이때는 방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힌트를 얻은 것보다 더 중요한 주방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현직 셰프 중 매체의 포장 때문에 요리사가 직능 노동자라는 점을 잊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쓴소리를 하는 분이 있다. 사실 매체가 어느 정도 포장하고 있는 것은 맞는 말이다.”

“혹시 이 중에 온종일 주방에 서 있는 게 싫고, 내 청춘을 그 뜨거운 불 앞에 서 보내기 싫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리과 학생이라고 전부 요리가 즐거우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PD가 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방송국 PD는 조연출, 부분 연출, 메인 피디, 총괄 피디CP 순으로 진급하다. 가만 보면 주방이랑 비슷하다. 도제식 시스템인 것이다. 선배에게 배우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사실 힘들고 오래 걸리는 직업이다. 나도 CP가 되는 데 13년 걸렸다”

PD가 되고 싶거나 요리로 방송하고 싶다면, 개인 방송을 찍어 보길 바란다. 일명 MCN이라고 하는데, 직접 찍어서 편집하고 SNS에 올려보길 바란다. 분명 재미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뻔하다. 재미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들어보는 게 살면서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열도 받지만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다.”

“많은 미디어가 요리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주인공이 셰프에서 재료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식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는 만드는 사람(농부)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 관련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요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미적 감각, 심리학적 지식등 다방면의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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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속 회사의 이익을 다 배제한다면 어떤 음식 영상을 제일 많이 만들고 싶은지?
A 최근에 만들고 있는 것 중에 고기 TV라는 콘텐츠다. 어떻게 해야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고기 소비자를 위한 영상이다. 20대에게 좀 더 싸게 고기를 제공하려는 계획도 있다. 그러고 나서 물고기 TV를 할 생각이다. 물고기를 하고 나면 채소 TV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20대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Q 미디어 때문에 셰프의 지위가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가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이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 셰프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그 셰프가 요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리를 잘하는 분이 탑셰프라고 불리는 것이다. 방송에서 처음 접한 사람도 레스토랑에서 그 셰프의 음식을 먹고 나면 맛있으니까 호응도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 방송에서 연예인처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대중성도 있으니까 더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미디어가 셰프의 요리실력을 포장할 수는 없다. 결국, 실체를 접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호응도가 올라간 것이다.

Q 실제 요리를 전공하는 사람이 볼 만한 교육용 영상은 보기 힘들다. 그런 영상을 만들 의향은 없는지?
A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조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회사에서 원하는 보편적인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래서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편집할 때 굉장히 아쉬웠던 점이 바로 요리하는 영상을 짧게 편집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중은 탈락자가 누군지 더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해진 분량에서 요리 부분은 많이 탈락하게 된다. 실제로 녹화를 시작하면 심사위원도 구체적인 심사를 하느라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한다.

 

| 요리연구, 우리 맛에 대해 말하다 – 장 프로젝트 최정윤 팀장

스페인에는 유명한 요리연구소가 있다. 알리시아Alicia 연구소라는 이름의 이 곳은 전세계 유명 셰프와 화학자, 영약학자, 음식 인문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맛을 연구하는 곳이다. 알리시아 연구소를 거쳐 전설적인 레스토랑 엘 불리에서 일했던 최정윤 팀장이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올랐다.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며 한국의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얻은 우리 맛의 가치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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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미식 여행을 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파인 다이닝이 국내에 없던 시절이었는데, 일본은 이미 많은 수의 레스토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본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우에노에서 도쿄까지 가는 열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스페인이 세계적인 미식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식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요리사들의 화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계와 식품업체, 미디어 등 업계 전반이 갖고 있는 미식에 대한 열망이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운 좋게도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곳은 요리사, 과학자, 영양사, 식문화 전문가 등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다. 맛을 연구하는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된 시간이었다.”

“샘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장이 있다. ‘한국의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한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한국의 맛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하게 됐다. 유럽에서 만난 셰프들도 항상 나에게 한국 음식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삼면이 바다이고. 산이 많다. 이런 자연적 환경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우리 식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고민해보지 않았다. 우선 해산물이 다양하고, 산에서 나오는 채소가 많다. 나물 문화가 발달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해외에도 채소로 만든 음식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들에서 자란 것을 이용한다. 이런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런 식문화가 우리의 밥상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다시 연구했다. 흰 쌀밥 이외에 모든 먹는 것에는 발효 기술이 접합된 음식이 올려져 있었다. 우리는 국에도, 김치에도, 조림에도 그리고 무침에도 발효된 장을 사용한다.”

“서양은 소금과 오일로 맛을 낸다. 소금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오일은 모든 맛을 복합적으로 어우른다. 그런데 우리는 장 하나로 이 두 가지 작용을 다 할 수 있다. 서양인 셰프가 장을 흥미롭게 생각한 점도 이런 부분이다.”

“최근에는 한식을 알리는 데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는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전통을 더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은 우리가 누구고, 무엇을 먹어 왔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전통을 그저 추억이나 엄마의 손 맛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보려는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를 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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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의 활동 외에 장, 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A 우선 지금처럼 계속해서 우리 맛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리고 미대륙을 중심으로 우리 맛을 더 알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요리 과학 연구를 통해 우리 음식에 과학적인 원리를 찾고자 한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우리 맛이 어떤 것인지 더 알아가는 것이다.

Q 알리시아 연구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갈 수 있는지? 그리고 맛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A 우선 알리시아는 매년 3번 인턴을 뽑고 있으니 지원하면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영어나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집은 제공된다. 비자는 무비자로도 갈 수 있다. 맛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요리 외에도 과학 문화 등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리 연구Culinary Reserch라는게 단순히 주방에서 레시피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내는 원리가 무엇이고, 발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Q 국제대회에 나가면 짠 맛에 대한 기준이 달라 고생하곤 한다. 서양인과 우리의 짠맛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유럽과 미국의 맛도 차이가 커서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양은 기본적으로 소금과 오일 또는 버터로 맛을 낸다. 이렇게 하면 각 재료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는 발효 때문에 복합적인 맛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오랜시간 장으로 맛을 냈기 때문에 소금만으로 간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맛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 셰프뉴스에서 보기 : http://chefnews.kr/archives/1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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