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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에서 요리사로, 한국식 지중해 요리의 새로운 전통을 쓰다. – 7PM의 김태윤 오너셰프 인터뷰

셰프뉴스|2015-10-14 오후 16:34|608|0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학자는 과거를 들여다보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미래를 내다본다. 김태윤 셰프가 그렇다. 사학을 전공한 그는 요리사의 길을 걷기 전에 ‘맛’ 탐구의 길을 떠났다. 맨몸으로 실크로드를 거쳐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를 가로질러 지중해를 돌아 유럽까지 여행했다.

그의 발길을 머물게 한 지중해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세 대륙에 둘러싸인 바다로 고대로부터 에게 문명과 그리스, 로마 문명의 발상지다. 유구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문화권들과 수많은 나라가 생성되고 소멸하여 갔던 곳이고, 현재에도 수많은 나라의 물자가 오고 가는 세계적인 무역지대다.

| 한국 제철재료에 지중해 조리법을 녹여내다

그의 여행 일정에는 반드시 시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장 입구부터 풍겨온 강렬한 향신료의 내음, 진귀한 요리가 그를 사로잡았다. 지중해 요리는 남유럽과 레반트(근동)지역,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광범위의 지중해 연안 지역의 음식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레바논, 모로코에서는 올리브유, 발효 식품, 신선한 채소를 주재료로 삼아 요리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요리에는 허브와 마늘 등이 어우러진 요리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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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가 배웠던 것들과 전혀 달랐어요. 지중해 요리는 음식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거죠.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우리나라 음식과 닮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풍부한 일조량과 연중 따뜻한 기후를 가진 지중해에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다. 김태윤 셰프는 지중해에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요리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재료의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지중해 조리법을 한국 제철 재료에 녹여내는 ‘현지화’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먹물 라바쉬 위에 올린 영광 굴비 브란다드

  • 먹물 라바쉬 위에 올린 영광 굴비 브란다드

브란다드는 염장한 대구를 이용해서 감자와 생크림을 섞어 으깬 프랑스 전통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염장한 대구를 구할 수 없어 굴비로 대체했다. 이란에서 먹는 무발효 빵인 라바쉬는 먹물을 넣어 만들었다.

울릉도 전호나물과 모레스카 올리브오일로 맛을 낸 통영 비단가리비 와인찜

  • 울릉도 전호나물과 모레스카 올리브오일로 맛을 낸 통영 비단가리비 와인찜

통영에서 나는 비단 가리비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전호나물을 이용한 요리다. 두 가지 재료를 최상급의 올리브 오일과 화이트 와인만 넣고 찐다.

 

판나코타 스타일의 쪽파 비쉬소와즈와 강릉 성게알

  • 판나코타 스타일의 쪽파 비쉬소와즈와 강릉 성게알

비쉬소와즈는 리크leak로 만드는 차가운 스프지만 쪽파로 대체했다. 이탈리아의 판나코타 스타일로 만들어 성게알을 올렸다.

까넬리니빈 샐러드를 곁들인 낙지그릴구이

  • 까넬리니빈 샐러드를 곁들인 낙지 그릴구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낙지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토종콩을 사용해 화려한 색감과 맛을 구현한 요리다.

 

| 전통주와 국내산 치즈의 재발견

김태윤 셰프는 요리뿐만 아니라 전통주 페어링에도 영역을 넓혔다. 한국 술에는 인공감미료 aspartame가 들어가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술이 많다. 그는 음식의 맛보다 더 강한 맛을 내는 단술을 제외한 전통주를 연결하기로 했다. 전통주 페어링은 정보가 거의 없어 맞는 짝을 찾기 어렵다. 작업은 오래 걸리지만 지름길은 없다. 그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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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지역적인 유럽 음식을 먹었을 때 전통주가 너무 잘 어울리면 손님들도 깜짝 놀라거든요. 그런 의외성을 주는 게 좋아요. 식사에 재미를 더 주잖아요. 페어링이라는 작업에서 한계나 규정은 없다고 봐요”

많은 사람에게 다이닝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은 그는 국내산 치즈를 발굴하는 작업도 손을 댔다. 한국에는 깊은 맛이 나는 생유로 만든 수입 치즈가 들어올 수 없다. 유통에 대해 고민을 한 김태윤 셰프는 국내산 치즈의 맛을 재발굴했다. 현재 국내산 치즈를 이용한 레시피를 연구 중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들이 최고의 시설에서 수입재료를 가지고 이탈리아 피자를 만들어도 나폴리에서 먹는 맛이 절대 안 나와요”

김태윤 셰프가 자신의 요리를 줄곧 ‘현지화’라고 말하는 이유다. 어느 요리사나 마찬가지로 맛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도 역시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먹으면 지중해 요리를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이다. 하나의 재료를 두고 지중해의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한다. 그 중에 한두 개가 맞을 수도 있고 재료의 특징이 너무 강할 경우엔 하나도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좀 지루하면서도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어울리는 맛을 찾았을 때 희열이 되게 커요. 좋은 거는 저만 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찾는 게 1번이에요.” 그는 유일무이한 이 작업을 즐기고 있다. 경우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요리사로서 기쁨은 배가 되어 돌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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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으로 기억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김태윤 셰프가 운영하는 7PM 레스토랑은 서촌에 자리 잡은 지 4년이 됐다. 7PM의 메뉴는 지금까지 8번 바뀌었다. 재료가 철이 지나면서 6개월에 한 번, 1년에 두 번씩 메뉴가 크게 바뀐다. 주방 안에서는 메뉴로 팔기 전까진 테스트가 계속된다. 외국 음식을 어려워하는 손님들에게 최대한 쉽게 풀어내기 위해서다.

“내가 즐겁지 못하고 너무 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는 요리는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힘주지 않고 만들어야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편하거든요. 음식이 고급 기술에 묻히기보다는 맛으로 기억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김태윤 셰프는 본토에 가까운 레시피를 있는 그대로 선보이고자 한다. 그가 이토록 맛에 대해 집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일본 동경 핫토리 영양전문학교와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배웠던 요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비교적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었다.

그는 뼈와 살이 되는 요리 경험을 한 동시에 본질적인 맛에 대한 괴리감을 느꼈다. 겉만 화려한 음식은 요리사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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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음식과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의 경계가 명료하지 않다. 그만큼 장소에 구분 없이 편안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손님들은 7PM의 음식을 유럽식 가정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7PM과 멀지 않은 곳에 가게를 확장한다. 9월 말에 오픈할 예정인 ‘주반(酒飯)’은 이름 그대로 밥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김태윤 셰프가 여행을 다니면서 미각의 폭을 넓혔던 스파이스 푸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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