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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의 민낯을 이야기하다 : ‘SBS스페셜 소금토론회’ 현장

셰프뉴스|2015-10-14 오전 11:59|796|0

“이번 논란의 진짜 희생자는 천일염 생산자입니다. 천일염이 나쁘니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폐염전 정책으로 보상받고 다른 일을 할 준비를 하던 차에 누군가 천일염이 좋다는 말을 툭 던졌고, 지금까지 명품 소금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하는 겁니다.”  –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페 후’에서 이 주최한 소금 토론회가 열렸다. 패널은 사단법인 끼니의 이사장이자 맛 칼럼리스트인 황교익 씨,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 앤드 다이닝의 장진모 셰프, 후델 식품건강 연구소의 안병수 소장이었다.

토론회는 최근 황교익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제기한 천일염 논란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밝히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 천일염과 정제염, 어떤 소금인가?

이날 토론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 첫째 천일염과 정제염의 생산방식에서 생긴 위생 문제와 오해. 둘째, 천일염에 포함되어 있다는 미네랄에 대한 해석 차이. 셋째, 천일염의 염도 불균형 즉, 저품질 논란 등이다. 사회를 맡은 김태민 변호사는 천일염 및 정제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소금인지 확인하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천일염은 바닷물을 모아 수분을 증발시킨 후 자연스럽게 남게 된 소금 결정을 말한다. 정제염은 바닷물에서 염소 이온과 나트륨 이온만을 여과해서 모은 물을 빠르게 증발시켜 소금 결정을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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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민(이하 사회자) 우리가 먹는 천일염은 무엇이고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나요?

황교익 천일염은 갯벌 주변의 땅을 다져서 밭(田)을 만들고 바닷물을 가둬 만든 소금을 말합니다. 일제가 대만의 방식을 그대로 우리에게 남겨 놓고 간 것이지요. 한국전쟁 이후로 지금까지 신안 지역과 서해안 일대에 염전의 형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회자 정제염에 대해서 안병수 소장님이 설명해주시죠.

안병수 정제염은 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간 소금이죠. 천일염은 바닷물을 그대로 증발시켜서 만든 소금이라면, 정제염은 공장에서 그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만 뽑아낸 소금입니다. 다른 성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회자 이전 안 소장님의 인터뷰에는 정제염 제작에 전기분해를 이용한다고 되어 있던데 정제염 제작 과정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안병수 여러 방법이 있는데, 우선 기본이 되는 방법이 화학적인 방법입니다. 이온을 분해하는 작업을 해서 다른 미네랄 성분을 제거합니다. 염소하고 나트륨 성분만 통과를 시킵니다. 그러고 나서 진공증발관에서 농축을 시킵니다.

사회자 이 부분은 화학과 교수님이 나와 계시니 직접 설명을 들어보죠.

이덕환 정제염을 만들 때는 어떠한 인위적인 요소도 개입되지 않습니다. 이온교환막을 쉽게 설명하면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천을 이용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됩니다. 정제염을 만들 때도 양이온인 나트륨과 음이온인 염소만 걸러져 나오도록 천을 대는 겁니다. 이 막을 이온교환막이라고 합니다. 전기분해 방식도 애초에 소금을 얻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다른 광물을 얻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무슨 화학약품을 추가하거나 기계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자 정리하면 정제염은 바닷물에서 순수하게 염소, 나트륨 이온만 걸러내서 만든 소금이라는 것이고, 천일염은 자연 증발로 얻어지는 소금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요리사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소금을 선택하나요?

장진모 요리사 입장에서는 과학적인 기준보다는 맛의 기준이 중요합니다. 식감 또는 균일한 염도 정도가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천일염을 예로 들자면, 이 소금은 염도의 범위가 좀 넓어요. 간수가 빠진 것과 안 빠진 것의 짠맛의 정도가 다릅니다. 다만 소금 위에서 음식을 찌거나 볶을 때는 천일염을 사용합니다.

 ‘천일염은 청정 갯벌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건강 소금이다.’ 

우리가 갖고 있던 천일염에 대한 이미지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천일염 제작 과정에서의 위생문제가 중점이 됐다. 황교익 씨는 천일염의 이미지 제공에 자신의 역할도 있었다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자신도 모르던 상황에서 정부 자료조사나 식품과학자의 논문을 믿고 그대로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천일염이 지금까지 자신이 알던 좋은 소금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염전에 방문하면서였다. 그가 둘러본 염전 중 일부는 까맣게 변한 장판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었고, 염전 주변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황교익 염전 둑에서 바다 쪽을 보면 분명히 갯벌이 살아있어요. 하지만 둑 너머로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 등 바닷물이 갇혀있는 공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증발지는 땅을 다지죠. 기계(롤러)로 다집니다. 결정지에는 비닐 장판이 깔렸습니다. 이런 땅은 살 수가 없습니다. 갯벌이 아닌 그냥 땅이죠. 근처에 가면 썩은내가 진동합니다.

사회자 그래도 최근 정부의 지원으로 약 80% 이상의 염전이 친환경 장판(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으로 바꿨다고 하던데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덕환 일단 PVC는 딱딱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장판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다 깨지죠. 그래서 말랑말랑하게 만들려고 첨가한 것이 가소제입니다. 장판이 직사광선과 높은 온도에 의해 분해되면 장판 안에 있는 가소제 성분이 소금 결정에 흡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소제가 들어 있지 않은 PP 재질의 장판을 사용한 겁니다.

안병수 일부 소수의 염전의 경우 바닷물이 오염되거나 장판이 위생적으로 관리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극히 일부죠. 지금은 지원을 많이 해서 친환경 장판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일부를 가지고 함부로 일반화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보면 정제염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보통 저개발국에서의 위생관리는 열악합니다. 당연히 위생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요.

황교익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친환경이니 환경호르몬 문제니 하는 게 아니고 장판을 깔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그 장판을 들면 썩은 냄새가 진동합니다. 장판과 관련해서 추가 설명을 하자면, 염전은 보통 바닷물을 받아 놓는 저수지, 그리고 증발을 하는 증발지, 그리고 염도를 높인 물에서 결정을 이루는 결정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장판이나 옹판, 타일, 토판등은 모두 결정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른 분류입니다.
그렇다면 장판 말고 옹판이나 타일로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로 태안 지역에는 타일로 만든 결정지가 있어요. 근데 신안 지역의 경우에는 땅이 좀 물러요. 그래서 타일을 깔면 울렁거리죠. 굴곡이 생깁니다. 어쩌면 신안 지역이 천일염을 생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땅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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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미네랄은 적게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도 질병을 일으켜…”

흔히 듣게 되는 무기질을 이르는 단어, 미네랄Mineral.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인 약 20여 종의 미네랄은 본래 광물을 뜻하는 단어였다. 여기에는 소금을 비롯해 마그네슘, 칼륨, 칼슘, 요오드, 그리고 중금속으로 알고 있는 카드뮴 등이 속한다. 이 중 소금이 법률상 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2008년부터다. 이전까지 소금은 대표적인 광물 중의 하나였다.

안병수 천일염에는 필연적으로 이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물이라는 게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일 수도 있고 사분일 수도 있는데, 그 함량에 대한 기준이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식용으로 판매되는 천일염 모두 이 기준을 통과한 것입니다.

이덕환 과학계에서는 이물이라는 단어보다는 불순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는 것에 씁니다. 즉, 원치 않는 성분을 말하죠.
그런데 “뭔지는 모르지만, 몸에는 좋을 것” 이런 얘기는 합리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이런 20여 종의 화학 성분을 통칭하는 성분을 두고 무조건 몸에 좋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요. 그리고 적정량을 섭취해야 하는데, 그 적정량이라는 게 종류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황교익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은 일정하게 어느 수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소금이냐에 따라서 그 수치가 왔다 갔다 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 많다고 주장하지 못하죠. ‘게랑드 소금보다 3배나 많다’고 하는 것은 마그네슘인데, 3년 정도 묵히거나 탈수한 소금에서는 게랑드의 수치하고 거의 같습니다. 그 정도 돼야 비로소 먹을만해 집니다. 천일염 100g당 마그네슘 함유량이 1000mg 정도 되는 소금은 쓴맛이 나서 못 먹습니다. 못 먹는 소금을 갖고 미네랄이 많아서 좋은 소금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겁니다.

안병수 물론 천일염 생산 환경이나 조건에 미흡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일염이 아닌 염화나트륨만을 뽑아낸 정제염을 식용으로 쓰면 안 됩니다. 미네랄 자체가 뛰어나다기보다는 그 조성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소금이 대사되고 흡수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다른 미네랄과 같이 섭취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장진모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본 천일염은 조성이 조금씩 다 달랐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조성이라면 모두 같아야 하지 않나요?

안병수 같지 않은 것은 일부에 속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원소들이 아직도 훨씬 더 많습니다.

이덕환 천일염이 건강에 좋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천일염에 들어있는 미네랄과 우유나 견과류에 들어 있는 미네랄의 생리학적인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두 번째, 천일염 생산과정에서 20여 종에 이르는 미네랄을 종류별로 통제할 수 있는 공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침에 생산한 것과 한 달이 지난 것, 1년이 지난 것의 성분이 다를 경우 다시 말해 품질 관리가 안 된다면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이 특별히 좋다는 주장을 하면 안 됩니다.

| 진짜 명품 소금을 만들고 싶으면 현실을 직시해야

이날 토론회는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소금을 소비할 수 있게 하고, 논란으로 생긴 의문을 해소해 소비자들이 좀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이덕환 박사는 “지난 1960~70년대에 쌀은 나쁜 식품이었습니다. 혼분식 장려를 위한 수단이었죠. 지금의 쌀은 기적의 식품입니다.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함입니다. 정책적 판단은 충분히 현실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쁜 식품이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좋은 식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것은 과학이 정치에 의해서 오염이 된 것이죠. 과학이 왜곡된 것이었습니다. 천일염의 경우에도 그 가능성이 충분히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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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식 교수는 이날 토론에 불참했다.

세계적인 명품 소금을 위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서 문화적, 사회적인 통합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하기로 한 천일염 전문가인 목포대 함경식 교수와 최경숙 요리연구가가 갑작스럽게 불참 의사를 밝혔다. 때문에 토론은 처음부터 불균형적인 양상을 띠었다.
이 중 함 교수는 천일염이 좋은 소금이라는 통념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과학자로 알려졌다. 함 교수의 천일염 연구는 2013년 해양수산부로부터 10년간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소금토론회 은 13일(일) 11시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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